목록 화면으로 첫 화면으로
희브리서는 바울서신인가?



     루터번역 성서에서는 히브리서가 맨 끝에서 두 번째, 즉요한 계시록 바로 앞에 나오는 데 비해, 다른 성서들, 예를 들면 취리히 성서나 여타 다른 영어성서들, 아니면 우리 개역, 공동번역, 표준 새번역에서는 빌레몬서 뒤에 있을까요?

     한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히브리서는 바울의 서신이라고 알려져 있다. 물론 이와 달리 바울 서신을 히브리서를 뺀 13개로 보는 다른 견해가 더 널리 받아들여진다. (물론 학문적인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또 달라 진다.) 그렇다면 히브리서는 왜 한편으로는 바울의 서신으로 아니면 일반서신으로 분류될까?

     이 서신에는 우선 바울이라는 이름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바울편지 시작은 1) "나 사도바울과 ... 는" (저자), 2) "... 에게" (수신인), 3) 은혜와 평화를 기원, 4) 하나님께 감사의 순으로 이루어 진다. (이 중 3, 4 번 째 형식은 바울 당시 편지양식과 비교할 때 매우 독특한 것이다. 일반 편지에서는 3번에 인사가 들어가고 4번과 같은 형식이나 내용은 없다.) 그리고 편지의 이름은 수신인을 따서 로마서, 고린도 전후서, 갈라디아서 등으로 불리워 진다. 이에 비해 히브리서에는 저자이름, 수신인, 은헤와 평화를 기원, 하나님께 감사의 형식없이 시작된다. 반대로 바울이 썼다는 희미한 근거로 13,23에서 디모데가 언급됨을 들 수 있다. 그는 고전 4,17; 16,10; 고후 1,1; 살전 1,1 등에서 알 수 있듯이 바울이 사랑하고 신뢰하는 동역자이다. 그를 형제라고 부르는 사람이 히브리서 저자인데, 바울을 염두에 둘 수 있다. 바울서신과 달리 일반 서신은 수신자가 아니라 편지를 쓴 (초대교회의 유명한) 저자의 이름을 따서 서신이름이 정해진다. 이를 테면 야고보서, 베드로 전후서, 요한 1,2,3서 등 (참고 갈 2,9). 이와 관련해서 히브리서는 저자가 아닌 수신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된다는 점에서 (히브리라는 인물은 초대교회사에 존재하지 않는다.) 히가 일반서신의 부류에 속한다기 보다는 바울서신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름의 관점에서 볼 때).

     고대 사본을 살펴보면 (지금까지 발견된 사본들 중에서 바울 편지가 포함되어 있는 것은 모두 779개) 히브리서에 대해 서로 달리 평가하는 입장을 더 잘 살펴볼 수 있다. 시내산 사본, 알렉산드리아 사본, 바티칸 사본, 에프라에미 레스펙투스 사본에서 히는 롬, 고전후, 갈, 엡, 빌, 골, 살전후와 딤 전후, 딛, 몬 사이에 위치한다. 이에 비해 비잔틴계열의 사본들과 D 사본에서는 히는 빌레몬 뒤에 있고, 현재 존재하는 것으로 가장 오래 파피루스 사본인 P46에서는 히가 롬과 고전 사이에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G, F 사본과 5번 소문자 사본에서는 아예 바울서신에 히가 들어가 있지 않다. 혹은 바티칸 사본내의 장절 안내에는 히가 갈과 엡 사이에 있는 것으로 794번 소문자 사본에는 히가 살후 뒤에, 그리고 몬 뒤에 각각 한번씩 나온다. (바티칸 사본의 장절 안내와 794번 소문자 사본은 우리에게 바울서신의 분류가 롬, 고전후, 갈의 한 부류, 엡, 빌, 골, 살전후 한 부류, 그리고 딤전후, 딛 한 부류로 구분됨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있을 때 다시 다룬다.) 어찌 되었건 이상의 사실들은 고대에서 부터 히브리서가 바울의 편지인지 아닌지 논란이 많았음을 알려 준다.

     2세기에 이집트에서 활동한 Clemens von Alexandrien도 히와 다른 바울서신 간에 문체의 차이가 있음을 지적한다. "바울은 자기 이름을 거명하지 않고 히브리어로 이 편지를 썼다. 그것을 누가가 그리스어로 번역했다. (Euseb von Caesarea, Historia ecclesiae 6,14,2)" 그와 동시대의 많은 이들도 클레멘스의 견해에 동의하였다. 오리게네스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한다. "문체를 구분하고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라도 히브리서는 여타 바울의 편지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것이다. ... 그러나 나는 (히의) 사고는 바울에게서 나왔고 표현과 문체는 바울의 말을 기억하고 그의 가르침을 자기나름대로 고쳐 쓴 어떤 이에게 속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교회가 이 편지를 바울의 것이라고 설명할 때 이에 동의할 수 있다. ... 누가 이 편지를 썼는 지는 하나님 만이 아신다. 그러나 우리가 알기로는 로마 주교인 클레멘스이거나 복음서와 행의 저자인 누가가 이 편지를 썼을 것이다." (Euseb von Caesarea, Historia ecclesiae 6,25,11.14) 즉 2세기에 벌써 히브리서의 저자에 관해 신약주석가들 사이에서 문제가 됨을 알 수 있다. 히브리서는 바울이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이후로 계속 된다.

     루터는 히브리서를 바울의 편지로 보지 않았다. 그래서 그가 독일어로 성서번역을 할 때 히브리서를 일반서신으로 취급, 그 서신들 맨 끝에 (즉, 요한 계시록 바로 앞에) 놓았다. 최초로 헬라어 성서를 인쇄한 이는 인문주의자 에라스므스인데 (바젤에서, 1516) 그는 비잔틴 그리스어 성서판본의 목차를 따랐다. 여기서는 '히'가 바울서신의 마지막인 빌레몬서 뒤에 위치하고 있다. 현대의 많은 번역들은 편의상 이 에라스므스의 성서순서를 따라 히를 몬뒤에 두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찰들을 종합해 볼 때 히브리서는 처음부터 바울의 편지 군에 속하지는 않았다가 나중에 추가로 바울의 편지로 분류되어 전해왔다. 루터는 히를 바울서신으로 여기지 않아 루터번역성서에서는 일반서신 목록에 속해있다. 하지만 에라스므스의 헬라어성서 순서를 따르는 현대의 많은 번역성서들에는 빌레몬 뒤에 위치하고 있다.

- 참고문헌: D. Trobisch, Die Paulusbriefe und die Anfänge der christlichen Publizistik, Gütersloh 1994 25.39ff.44ff.69f    (-끝-)

첫 화면으로   목록 화면으로